구급차에 의사가 동승해야할까? by 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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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부두완 의원(한나라당)이 구급차에 의사가 동승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고 하고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 강홍성 실장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물론 응급의학회와 서울종합방재센터 의료지도팀 김성은 팀장은 반대 의견을 내 놓았다고 하네요. 결국 앰블런스를 직접 타거나 응급환자를 직접 받아 치료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데, 직접 그런 일을 하거나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찬성하는 모양새입니다. 저 역시 탁상공론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서울과 같은 환경은 병원 전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서울이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는 하나 그만큼 의료 인프라가 풍부합니다. 대학병원만 도 10개가 넘고 대부분의 이송시간이 5~10분에 불과합니다. 기본적인 처치만 하면서 이송해도 이미 응급실에 도착합니다. 차라리 지역은 넓은데 병원이 적은 지방에서 나온 이야기라면 모르겠습니다만...

둘째, 의사가 탄다고 해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현장과 구급차 안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제한적인 정보와 도구만 가지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고 더군다나 그로 인해 환자의 예후가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잠깐 생각해 봐도 결정적인 처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도 확보를 하거나, 긴장성 기흉(폐와 흉곽 사이에 공기가 찬 기흉이 줄지 않고 점점 늘어 주요 혈관과 심장을 압박하는 상태)의 처치, 심장 압전(심장 주위에 피등이 차서 심장을 압박하는 상태)의 처치 등이 있는데 X-ray나 초음파 같은 것이 없이 소란스러운 현장이나 구급차 안에서 이를 진단해서 과감하게 처치할 수가 있을까요? 잘못 처치하면 오히려 환자를 악화시킬 수도 있고 5~10분이면 병원에 도착하는데? 그리고 기관내 삽관은 1급 응급구조사도 할 수 있는 처치이며, 외과적으로 응급 상황에서 기도를 확보하는 윤상갑상막절개술(cricothyroidotomy)를 시행하려면 의사도 경험이 충분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처치를 paramedic들이 시행합니다. 즉, 의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시행할 수 있는 술기라는 것이죠.

셋째, 비용 대비 이득이 불분명합니다. 의사가 탑승하더라도 그 의사가 충분히 필요한 처치를 하려면 구급차의 대폭적인 장비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투자가 1회성이 아니라 소모품이나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거액이 투자가 되야 하는데, 이런 투자를 통해 과연 몇 명의 환자가 이득을 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1년에 100억을 투자해서 1명의 환자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그 100억으로 다른 부분에 투자해서 1명 이상을 살릴 길이 없을까요? 사람의 목숨을 비용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그 돈이 같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더 귀하게 쓰일 수 있는지는 따져 봐야 합니다.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 실장이 언급한 외상 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도 병원 전 단계의 문제로 줄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투자할 돈으로 미국의 Level 1 trauma center에 맞먹을 외상센터를 서울 시내에 육성한다면 외상 환자의 사망률이 훨씬 더 크게 줄어들 겁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려운 제도입니다. 병원 전 단계에서의 처치에 대해 경험을 갖거나 배운 의사는 현재 응급의학과 의사 밖에 없습니다.(기사에서 예로 든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응급의학이 따로 발전하지 않았고 마취과 등 다른 과 의사들이 응급의학 분야를 따로 담당합니다.)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수가 많이 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봤을 때 부족한 편입니다. 그리고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긴 위해서는 앞으로 응급실에 더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이다. 그런데 어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구급차 탑승을 위해 지원을 할 까요? 서울 시내를 4개 권역으로 나눈다는데 그 말은 권역당 1명 씩 당직을 서더라도 최소 16~20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긴데요. 더군다나 아무리 보수나 대우가 좋아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을 제한적으로 밖에 쓸 수 없는 구급차 탑승은 매력적인 자리가 아닙니다. 공중보건의로 배치를 하려고 해도 1년에 배출되는 응급의학과 공보의가 수십명에 불과하고 응급의료정보센터 및 지방 병원 등 수요가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서울에 배치될 수 있는 숫자는 제한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전공의 수련 과정으로 구급차 배치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일선 병원이나 응급의학회에서 응급실 진료 공백을 무릅쓰고 동의할리 만무하죠. 즉,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병원 전 단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가 개선해야 될 점은 매우 많습니다.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제껴 놓고 이런 어이 없는 제안으로 중요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네요.


덧글

  • 유부빌더 2010/02/11 07:0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댓글 보고 넘어왔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이신가 봅니다? ^^

    미국에서는 cricothyroidotomy를 paramedic도 하는군요?? 조금 놀라운(?) 데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간혹 놀러오겠습니다~
  • Hwan 2010/02/11 13:19 #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반적으로 paramedic이 그렇게 advanced procedure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paramedic들이 병원 전 단계에서 시행하는 술기들은 꽤 어려운 것까지 하더군요. 병원 전 이송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moonslake 2010/02/11 16:01 # 답글

    참...잊을만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다시 꺼내드는 논쟁이군요. 의사가 탑승하기 전에 우선 응급구조사들 특히 구급대원들의 질을 높여야 겠지요. 지금의 구급대원 수준(의학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그리고 그 상부 기관의 저열한 상황 인식하에서는 단순히 의사를 태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 의원이 이런 생각을 혼자 했을리 없고 누군가 계속 이 부질없는 논쟁을 자꾸 끄집어 내고 있다는 것이 참 걱정스럽습니다.
  • Hwan 2010/02/11 17:54 #

    이슈 메이킹이야 정치인들이 항상 노리는 것이니 옆에서 찌르게만 해도 옳다구나하고 들고 나오겠죠. 사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이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한참 모자란 경우가 많고 겸허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같이 겸비해야 하는데, 무조건 저렇게 우겨대기만 하니...
  • 자유 2010/02/17 11:25 # 삭제

    그러게요. 구급대원과 응급구조사, 그리고 구굽차의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응급환자를 살리는 지름길일텐데, 그냥 의사만 구급차에 태운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아, 표 얻어내기는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Polycle 2010/02/12 15:58 # 답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만 더 죽어나는 것이지요. 하루에도 이송을 수십건씩 하는데... 뭐, 인턴 선생님들은 잠시나마 근무지를 이탈할 수 있어서 행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Hwan 2010/02/13 21:33 #

    정말 인력의 낭비죠.
  • 교주님 2010/02/23 17:01 # 답글

    (이글루스 추천으로 왔네요~! 링크도 신고합니다~! ^^)
    전형적인 공무원적 마인드네요. 의사를 동승시킬 것이 아니라 구급차의 장비나 구급차 자체의 질을 향상시킬 논의나 할 것이지...현장에 단 하루라도 와서 직접 본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말임을 알터인데..
    역시 정치인들이라 그런가요? ^^;

    P.S.

    많이 보고, 배우고 갑니다.
  • 구급대원 2010/03/08 01:40 # 삭제 답글

    지금수가... 얼마인줄 아십니까??
    15년전 수가 지금 그대로 입니다...
    의사탑승 하면 수가 인상좀 되려나요???
    15년전 수가 연료 150원,,., 지금 1500백원 이지요^^"
    수가는 그대로이죠..ㅡㅡ 그러니.. 사설응급이송단 깡통이고, 매년 문제발생 된다하는 정부도 깡통들만 있나봐요^^
    의사가 구급차 탑승한다고요?? 어떻게 변할까요.. 1급 응급구조사가 할수 있는 부분을 2급 응급구조사 양성과정을
    소방과 대구 영진대 한정두지말고 누구나 쉽게 공부하여 포부가진 구조사들 양성시켜 현장 구조할수 있도록
    현 상황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 빈틈 2010/03/15 12:21 # 삭제 답글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그러고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제 다들 결혼도 하셨을듯 ^^
    글들 잘 읽고 갑니다.
  • Hwan 2010/03/16 02:42 #

    ㅎㅎ 당시 치프들은... 여러모로 다사다난했죠. 결혼은... 저는 안했습니다. ^^
  • 2010/04/18 22: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wan 2010/06/11 23:52 #

    ㅎㅎ 저도 제 블로그에 너무 '가~끔~' 들리기 때문에 댓글 확인 잘 못했습니다. ^^
  • 도톨 2010/07/12 17:08 # 삭제 답글

    구급차 시설 & 장비부터 개선해야겠지요.
    의사만 타면 뭐 하겠습니까.....
    안에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 상황에서 구급차에서 CPR 하려면 의사 필요 없지요.....

  • Hwan 2010/08/29 05:52 #

    네 사실 필요 없죠.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미국 EMT 수준으로 구조사 능력을 끌어 올려도 사실 별로 할 게 없다고 봅니다.
  • 2011/01/25 19: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wan 2011/03/13 11:39 #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업데이트를 통 안 해서… ^^
  • 우라메 2011/04/10 16:38 # 삭제 답글

    사실 말이 안됩니다. 특히 야간 같은 경우는 준종합병원 경우 당직의1명입니다. 응급환자가 와서 다른병원 후송하면 다음에 오는 야간환자진료는 누가 봐줄껀가요? 한 얘기로 들자면 응급환자가 와 있었는데 당직의가 진료보던중 환자가 다리다쳐서 진료 받으로 왔답니다. 접수는 해줘야죠. 그런데 나중에는 당직의가 엠블타고 더큰병원으로 갔습니다. 이때 공백을 누가 채웁니까?
  • 학생구조사 2011/10/29 23:46 # 삭제 답글

    학생 응급구조사 입니다.. 정말 저 의원이 생각하는수준이 낮군요 .. ㅜㅜ

    의사샘들을 태우기 이전에 .. 우리나라 paramedic 들을 질적수준을 올리고 법을 개정시키는데 노력해야지 .. 허튼 소리만 하네요 ..쩝.. 아직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의 발전이 아직 더딘거 같아요 ..
  • Make Money 2012/01/16 14:04 # 삭제 답글

    병원 전 단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가 개선해야 될 점은 매우 많습니다.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제껴 놓고 이런 어이 없는 제안으로 중요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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