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2 8화 by Hwan

Prologue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9화가 방영되고 난 뒤에야 8화 내용을 포스팅합니다. 이번 화의 내용은 병원의 의무 기록을 불법으로 조회해서 병원과 소송 관계이 있는 보호자에게 알려준 정하윤에 대한 갈등입니다.

소품 담당의 실수?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이 알려지면서 갈등을 겪게 되자 김도훈 교수가 정하윤을 불러 면담을 합니다. 장소는 김도훈 교수의 방인데 특이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책은 'Harri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이네요. 내과의 바이블인 교과서입니다. 색깔로 봐서 14판인데 2008년도에 17판이 나온 것으로 압니다. 14판이면 대충 90년대 말 쯤에 나온 책인데 드라마 설정 상 90년대 초에 외과 전공의를 한 김도훈 교수가 가지고 있는 것이 이상할 뿐더러 책장도 아닌 테이블에 하필이면 내과 책이 내려져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림을 만들기 위해 아무 책이나 하나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끝까지 사고 안 칠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

누구나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역지사지의 생각을 가져 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마찬가지로 의사가 다른 의사의 의료 행위를 비난하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따져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나 역시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느낀다면 나쁜 결과가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그 의사의 책임을 묻는데 동의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이유는 반대로 내가 그런 상황을 당했을 때 동료 의사들도 똑같이 생각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정하윤은 환자의 사망을 응급의학과 전공의 잘못으로 단정지었는데(나중에 잘못된 판단임이 밝혀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일 정하윤이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다가 급박한 상황에서 환자를 잃는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정하윤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하기 힘들겠죠. 즉, 남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수도 용남하지 말아야 하는데, 전공의 수련 과정을 사고 한 번 없고 흡집 하나 남기지 않고 끝냈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명백한 잘못이라면야 비난을 피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실수라면 남의 일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의사들의 일반적인 생각인데 정하윤은 완전히 남의 일처럼 생각을 했고, 이에 대한 반응이 바로 위 대사입니다.

의료 분쟁. 민사소송 vs. 형사소송

정하윤이 제공한 정보 때문에 유족 측이 형사 고발을 했다고 선배인 병원 변호사에게 전해 듣습니다. 의료 분쟁에서 소송을 갈 때 민사 소송과 형사 소송 중 어떻게 진행되야 할까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환자 측에서는 민사 소송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최근의 판례의 추세가 의료에 대한 전문가인 병원과 의사 측에서 무과실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즉, 환자의 죽음, 또는 질병의 악화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병원 측이 대지 못하면 병원의 과실로 보는 것이고, 환자 측에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필요한 모든 의학적 정보(병력 등)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통 의사와 감정이 상한 환자들이 의사 콩밥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형사 고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또한 형사 소송은 기소와 소송 유지가 검찰의 몫이므로 소송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부담해야 될 몫이 주는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형사 소송은 명백히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로 추정하므로 검찰 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의사가 민사 소송에서 패소할 사건도 형사 소송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만약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이후 민사 소송을 진행해도 형사 사건의 판결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법률이나 소송은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여기 저기서 주어 들은 이야기입니다. 혹시 잘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 부탁드려요

소송과 부검

소송을 앞 두고 병원측에서 부검을 제안합니다. 역시나 법적인 문제라서 잘 모르는데, 형사 고발이 들어가서 사건이 입건이 되면 환자의 사망은 병사가 아닐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해야 되므로 시신은 증거로서 시신에 대한 권리가 유족에게 없고 검찰에 있게 됩니다. 응급실에서도 흔히 목격하는 광경인데, 병원 전 사망의 경우 의사가 사인을 불명으로 처리하거나 사고사로 처리하면 유족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고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인정되야만 장례가 가능합니다. 미심쩍으면 유족의 의사와 상관 없이 부검을 진행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드라마 속의 내용에서도 형사 고발이 되었고 입건이 되었다면 검찰에서 당연히 부검을 진행했을 겁니다. 법정에서 망자의 사인도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면서 피고의 유죄를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부검을 병원 측이 뒤늦게 제안하는 것은 드라마 전개를 위한 설정 같습니다.

부검 장면

국과수에서 부검을 진행하는 장면입니다. 우리 나라의 부검 케이스가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과수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법의학 교실이 설치된 의과 대학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부검 경험이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 부검이 너무 어두침침한 곳에서 이루어지죠. 미드 수사물을 보신 분들은 많이 보셨겠지만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사소한 것도 놓쳐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조명을 일부러 어둡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마 부검실이라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연출된 조명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본과 4학년 때 국과수로 선택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넓고 밝은 환경에서 부검을 진행했죠.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에는 디카가 어느 정도 보급이 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증거로서의 능력 때문에 필름을 쓰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네요. 참고로 이번 사인이 지주막하 출혈이라고 나오는데 지주막하 출혈은 두개골을 톱으로 잘라서 열면 피가 실제로 죽 깔려 있는 것이 육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기는 좀...

케이스 스터디

외과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스터디를 합니다. 경추 고정되어 있고, 기도 손상을 생각해서 기관 절개(tracheostomy)를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동의하지 않는 의사가 훨씬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화 포스팅에서도 밝혔듯이 기관 절개는 시간이 꽤 걸리는 술기인데다가 응급실에서 응급 상황에 시행하기는 더더욱 어렵고, 하다가 헤매기 시작하면 시간이 하염없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눈 앞에서 손상이 심해 이미 기관이 노출된 정도가 아니라면 윤상갑상막절개술(cricothyroidotomy)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자막도 오류가 있네요. 갑상선 절개는 thyroidectomy가 되겠죠. 물론 기관 절개를 하다 보면 갑상선을 살짝 절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만...

Epilogue

이번 화는 의학적인 장면은 거의 안 나오다 보니 포스팅 내용이 적네요. 역시나 드라마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한 간단한 줄거리. 정하윤은 아이디 도용 등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부검 결과 기도에는 이상이 없고 지주막하 출혈(SAH)와 뇌부종(cerbral edema)이 사인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정하윤은 자신의 아버지가 의료 사고로 사망했음에도 진실을 규명할 수 없었던 과거를 공개적으로 털어 놓게 되고, 징계위원회는 징계 수위에 대해 고민에 빠지죠. 9화에서는 장기 기증과 매매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역시나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군요. 제작진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간나는대로 9화도 빨리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P.S. 다른 용어는 영어를 많이 쓰면서도 유독 지주막하출혈은 한글로 쓰네요. 대부분의 의사들은 SAH라고 합니다.


덧글

  • 2008/12/18 09: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wan 2008/12/18 13:13 #

    부검 내용의 중요한 것은 부검 상 기도를 막고 있는 물질이 없었다는 내용인데... 사실 SAH에 의해 사망한다면 respiratory drive가 떨어지는 respiratory arrest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이라 제대로 respiratory support를 해 줬으면 바로 죽지는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t-SAH로 coma로 들어온 환자가 과연 눈을 뜨고 살아 나갈 확률은... 그렇게 생각하면 어짜피 환자의 사망과 의사의 과실 관의 인과 관계는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닐지...
  • 위장효과 2008/12/18 13:06 # 답글

    저 색은...해리슨 15판이네요.(제가 공보의하면서 사서 봤으니...2000년대 초반) 뭐 아직도 보고는 있습니다만 새 책 하나 살까-이번에는 세실로-고민중입니다. 다만 세실은 문장이 너무 어려워서...

  • Hwan 2008/12/18 13:13 #

    15판 색깔은 좀 더 진했던 것 같은데요... ^^ 제가 학생 때 봤던 것이 15판인데, 국제판과 미국판의 색깔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ssoo 2008/12/18 18:43 # 삭제 답글

    ㅋㅋ. 해리슨 edition 확인은 확대해서 font 를 보면 됩니다.
    14판은 Times new Roman 체로 표지가 써있고,
    15판은 Arial 비슷한 고딕체입니다.
    금년에는 17판이 나왔습니다.
    날이 갈수록 책만 두꺼워집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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