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약제비 소송' 패소…"41억 돌려줘라"

서울대 병원이 과다 청구 약제비로 건보공단이 환수한 41억에 대한 소송에서 1심 승소했습니다. (관련기사보기)

환자에게 진료 후 약을 처방하고 이를 보험 공단에 청구하면 보험 공단에서 심사 후 처방이 과다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삭감을 합니다. 의약분업 전에는 처방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모두 병원에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환수할 때 문제가 없었습니다.(물론 삭감 자체의 임의성이나 부당성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만...) 그러나 의약 분업 후 처방이 이루어지고 약의 조제가 이루어지면 약국에서 약제비를 공단에 청구하게 받게 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즉, 약국에서 청구한 약제비도 삭감의 대상인데 이 약제비가 발생한 원인은 병원의 처방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받은 약제비까지 병원에서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입장이었습니다. 당연히 일선 병원의 반발이 있었고, 서울대 병원이 소송에 나서 그간 환수된 약제비 41억원에 대한 소송에서 1심 승소를 한 것입니다.

소송의 진행 내용이나 판결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소송의 쟁점은 2가지 정도가 될 것입니다. 첫째는, 건보공단의 삭감의 정당성 여부입니다. 즉, 의사가 의학전 판단에 의해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처방한 내용에 대해 건보공단에서 삭감하는 것이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둘째는, 약제비 환수의 대상입니다. 약제비는 병원에서 얻은 수익이 아니라 약국에서 받은 비용인데 그 비용을 병원 측이 부담한다는 것이 적절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 소송이 처음 진행될 때 파악하기로는 소송의 내용은 바로 두번째 내용, 즉, 삭감 자체의 문제보다는 약제비 환수를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의 위법성에 대한 소송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 뉴스의 내용에서는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의 증상과 상황에 따라 정부의 요양 급여 기준을 벗어난 적극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다 처방을 제한하는 기준 자체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심사평가원의 사후 심사 역시 대부분 형식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의사가 기준을 벗어난 처방전을 쓰더라도 법을 어겼다고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즉, 재판부가 판결에서 약제비 환수 부담을 병원이 부담하는 것의 위법성 뿐 아니라 건보공단의 삭감 기준 및 삭감 자체에 대한 위법 가능성을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껏 건보공단의 삭감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를 사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기계적인 삭감 기준에 의해 적절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병원이 삭감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사법부에서도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한 샘입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고, 삭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위한 법 개정도 준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병원측에 실제로 이익으로 발생하지도 않은 약제비를 병원의 부당 이익으로 간주하는 법은 그 자체로 불합리한 면이 있어 국회 통과 자체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건보 공단의 삭감과 진료권의 충돌에 대해 사법부에서 진료권의 손을 들어준 상태에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좀 더 합리적인 삭감 기준을 마련해야 할텐데, 이는 지금껏 의사들이 요구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진료는 의사라는 직종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소비자인 환자에 비해 정보의 우위에 있어 소비자의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분명히 통제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이를 통제하는데 있어 너무 쉽고 안일한 방법을 썼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이번 판결이 이에 대한 개선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by Hwan | 2008/08/28 22:51 | Medical Policies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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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mdak at 2008/08/29 11:15
아~이런 사연?이 있었군요..ㅋ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at 2008/08/29 14: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wan at 2008/08/30 14:54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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