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7일
근거 중심 의학과 한의학
뜻하지 않게 많은 분들이 방문하여 글을 남기셔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가능하면 제 블로그에 의견을 남긴 분들에게 일일히 답변을 달아 드리고 싶었으나 저녁에 들어와 보니 엄청난 양일 뿐더러 내용도 제가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이미 흘러가 버리더군요. 역시 다음 1면의 위력이 큰가 봅니다. 거기에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다음에 올라온 제목이 '따지면 한의학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올라온 것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 같더군요.(여담이지만, 포탈이 언론사 뉴스의 제목을 바꾸어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준비 중이라던데 블로거 뉴스에도 그런 원칙이 적용됐으면 합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댓글들을 읽다 보니 제 의도를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새로 글을 포스팅합니다.
현대 의학에서 중시하는 것은 바로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입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이 단어의 취지를 설명하자면, 인체의 신비는 사람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만큼 복잡하고 신비할 뿐더러 그 이론을 사람이 완벽하게 아는 것이 아님으로 인체에 적용할 의학에 대해서는 그 이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 환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의학에서 도입된 것은 그 만큼의 오류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들로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추론한 권위자의 의견이나, 적절한 연구 방법을 통한 연구가 아닌 이른바 증례 보고와 같은 경험들만을 바탕으로 사실이라고 믿어 왔던 사실들이 대규모의 좀 더 적절하게 조절된 연구 방법을 통하여 검토해 보니 사실이 아닌 것이 많았다는 겁니다. 즉, 안이하게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몇몇 이론의 적용으로는 인체의 현상이나 질병을 설명하지 못하고, 의학의 이론이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는 지속되야 하기에 실제로 의료에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의 근거를 바탕으로 그 적절성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연 과학은 복잡한 자연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화하여 찾아내는 것입니다. 자연의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그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알고 심지어 인위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현상이 일어나는 기전에 대한 원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것은 자연 과학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은 자연 과학과 달리 실제 현실에서 임상에 적용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하다 보니 이론과 원리의 파악도 중요하지만, 그런 원리를 모르더라도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만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우선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자연 현상에 대해 인간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근거중심의학에서는 이를 위하여 발표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하여 그 연구의 결과가 얼마나 적절하게 연구되어 나오고 신뢰성이 있는가를 평가하며 그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눕니다. 이를 증거의 수준(level of evidence, LOE)이라고 합니다. 당연하지만 LOE가 높은 연구가 같은 결론으로 많이 나온다면 그것은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연구 결과라고 생각하고 임상에 적용할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연구가 있더라도 LOE가 낮다면 아직 증거가 불충분해서 임상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LOE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Level 1 - 무작위 임상 연구(randomized clinical trial, 실험군과 대조군을 무작위로 나눈 뒤 두 군을 비교하는 연구) 또는 여러 임상 연구를 메타분석한 연구가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경우
- Level 2 - 무작위 임상 연구이나 치료 효과의 의미가 적은 경우
- Level 3 - 전향적이고 통제된 코호트 연구이나 무작위 선정이 안된 경우(일반적인 환자군을 죽 지켜보면서 얻은 연구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 Level 4 - 후향적(연구를 시작한 시점에서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연구)이고 무작위가 안된 코호트 연구나 환자군-대조군 연구(위험 인자등을 파악하기 위해 환자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연구)
- Level 5 - case series(비슷한 치료와 효과를 보인 환자들을 보고하는 연구)
- Level 6 - 동물 또는 기계적 모델 연구
- Level 7 - 다른 목적의 연구에서 추정된 결과나 이론적 분석
- Level 8 - 이성적인 추측(상식 수준) 또는 증거중심의학 이전에 일반적으로 시행되던 치료들
당연히 level 1이 현재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준의 증거이며, Level 8이 가장 낮은 수준의 증거입니다. 이러한 분류를 한의학의 치료들에 적용해 보면, 과거의 경험들에서 얻어졌다는 치료는 증거의 수준이 Level 5 정도이며, 한의학의 이론으로 질병과 치료를 설명하는 것은 Level 7~8 정도의 수준입니다. 현대 의학에서 이 정도 수준의 증거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중한 질병이나 다른 치료법이 없는 등의)가 아니면 표준적인 치료로 받아들여지기 힘듭니다. 제가 한의학에 원하는 것은 한의학의 치료 결과에 대한 좀 더 수준 높은 근거들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계속 나오는 이야기가 한의학을 패러다임이 다른 과학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하시길래 노파심에 몇 자 더 붙여 봅니다. 제가 말하는 근거중심의학과 요구하는 근거의 수준들은 실제로 자연 과학의 연구에서는 수준이 낮은 방법일 뿐 더러 그 이론이나 원리의 증명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치료의 결과에 신빙성을 검증하는 방법론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가 정말 존재하는 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라거나 음양오행이라는 것이 정말로 인체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에서 처방하는 한약이 정말로 질병의 치료 효과가 있는지, 한의학에서 놓는 침이 정말로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지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한의학의 이론은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신뢰하지도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한의학의 치료가 정말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근거만 마련할 수 있다면 임상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 by | 2008/01/17 02:29 | Emergecy Medicine | 트랙백(7)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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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결과들 마저도 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보이고
상이한 분야의 학계간에는 전반적으로 '소통'이 안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의학도 과학이라면 여러가지 가설에 대해서는 열린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얼마전 나온 침의 통증억제 기작 연구에 대한 뉴스입니다.
일단 이런 움직임도 있는 것이고 과학적 정량화를 거친 것이니 진위를 떠나서 객관적 평가는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것까지 일방적으로 매도하지는 말자는 것이지요.
본인이 한의사라는 황야의칼잡이, 귤향이라는 분들의 글을 보면 [천형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기형아 이거나 맹인, 농아등을 말하는겁니다.]
라고 하며 우리는 이렇게 적고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일견 맞는 얘기일 것도 같습니다....
한의학서가 써졌을 당시에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수 없었고, 지금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해도 하늘이 내린 벌이 아닌데..
한번 장애인협회같은데 가서 너흰 천형이다. 혹은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얘기해보라고 하고싶네요..
요즘의 상식 수준에도 맞지 않는 얘기를 하자니 말도 안되는 괴변을 늘어놓을수 밖에 없는 거구요..
그 병을 그렇게 (그 당시에) 생각한 의학을 아직도 하는거니까요..
노틀담의 꼽추도 괴물이라고 사람들이..하늘에서 내려온 괴물..이라고 생각한 것 과 같은거 아니었을까요. 나병도 천형병이라고들 불리웠다죠....
이런 학문을..그냥 따로 연구만 하고..국가기관에서 그냥 전통으로 박물관 만들듯이 명맥만 유지하면 될것을 나라가 나서서..대학 만들고..자격시험도 만들고 보험까지 해줘서 돈만 이중으로 쓰고..우리 나라 국민들이 불쌍하죠..외국 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크고 .병도 제대로 치료 못하고..그돈을..의료에 쏟아부우면 더 잘되고도 남았을텐데
대학도 일종의 구시대의 전통이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 동의보감이고, 다른 과거 고서들 다루듯이 하면 되는데,
참나 어이없죠 그냥 역사학적으로로 혹은 정말 발전시키고 싶다. 고전에 비책이 있다면 시스템하에서 연구만 하면 될것을 ..
요즘 대동여지도 보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없잖습니까?
과거 의서를 믿고..지금 환자들에 적용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그 당시는 그것 밖에 할 없으니..(그게 최선이니) 그리 한것인데..지금은 아니죠.
양의도 다 치료 못하는 질병이 있다는 분들..너희도 치료 못하는 질병 많다. 셈셈이다 하시는 분들, 어느 의사도 완벽한 의사는 없습니다. 당시의 치료가 한세대가 지나 당시의 치료법이 아둔한 것이라 밝혀져도 그 당시에 최선의 (또 그 당시의 수준에 맞는 검증을 거친) 치료를 한다면 문제될 것 없습니다. 당시의 과학기술의 최선이 그 정도였을테니까요...
지금의 대세에만 따르면 시대착오적이고 과오는 아닌거죠. ..
현재 전세계의 대세는 서양의학이고 그걸 따라야하는 거고 그 의학시스템하에서 정말 치료가 안되는 것은 다른 분야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는거지, 한의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한의학의 우수성을 이제야 알아서는 아니죠.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181953
의 글을 보면
[한·중·일 침구학계 경혈 위치 통일 2006-10-31 16:50
한국과 중국, 일본의 침구학계 사이에 약간씩 차이를 보여온 인체의 경혈 위치가 통일됩니다.
한·중·일 3국 등 각국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 주최로 일본 쓰쿠바에서 개막된 경혈부위 국제표준화 공식회의에서 경혈 위치 통일을 위한 최종 점검 작업을 벌인 뒤 오는 2일 표준화된 경혈 위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인체에는 침을 놓고 뜸을 떠 질병을 치료하는 경혈 361개가 있지만 한중일 3국은 이 가운데 92개 경혈 부위에 대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사무국의 최승훈 전통의학 고문은 경혈부위 국제표준이 마련되면 객관적이고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갖게 돼 교육과 연구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나마 양의나 댓글다는 이들도 뭐 한약은 좀 뭐해도 침술은 좀 뭔가 있는 것 같다..!!...우수하다!! 며 주장해온 그 침술의 경혈 조차도 361개중 92개가 여지껏 틀려왔고-이것도 말이 되는 게...중-한-일로 전파될때 이 경혈이 여길껴! 하던게 ...산넘고 물건너.. 여긴감?? 으로 달라진 거일거고, 그게 최고인양 치료도구로 써왔고, 그런 점이 고쳐지고 비슷하게 하려고 시도한게 2006년이라니...정말 놀랍죠..
인터넷으로 원격진료를 원격로봇수술을 하네하는 시절에 이런 걸 의학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게....
혈액형으로 성격분류한다는건 말도 안되 하는 사람은 많으면서도 사상의학 분류를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이해가 안갑니다.
한의사 한의대교수 한 100명 놓고...1000명정도 사상의학상의 분류, 태음, 태양 등등을 맞춰보라고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몇 % 나 일치하는지...보게요..
사실 한의사분들이 잘못한건 없죠...
저런 학문을 대학 만들어주고 인정해준 위정자들의 잘못이죠. ..
한의사분들 홈페이지보면 양의들 홈페이지에서 틀린 글씨까지 COPY해서 붙인 서양 학문 내용에.. 말미에는..그래서 이 탕약 먹어야 한다는...내용들 보면 정말 역겹습니다..차라리 본연의 학문 연구에나 충실하시던지요..
그런 체계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한의학이 도움 안 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해될 수 있고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는 임상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면, 환자에게 더 나은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짐은 물론이고 말씀하신 '소통'에 관한 문제도 훨씬 부드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사-의사간 소통 뿐만 아니라 한의사 서로간의 소통에 있어서도 말입니다.
한국에서 의사-한의사간 논쟁을 바라보는 일반 사람들의 입장은 작년에 진중권씨에 의해 촉발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 논란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진중권이 아무리 피터지게, 논리적 또는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더더군다나 한국사람들이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정치가/부자/의사의 말이라면 설득력이 껄어어지는게 현실입니다. 이런면에선 한방이 중의학과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도 민족 또는 전통의학을 표방함으로써 일반대중의 국수주의를 부추긴 것은 성공적인 전략이라 할수 있을 겁니다.
그리구 의사들이 무슨 말만 하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데, 사실 생명체에게 있어 밥그릇처럼 원초적이면서도 중요한게 또 있을까요????? 먹지 않아도 살수 있는 존재라면 모를까?
어제 쓰신 것과 위에 쓰신 것, 진의는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한의계에는 좋은 약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0년전부터 한의계에 몇가지 내재된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던 것들이 재작년부터 터져나오고 있는데,
위에 쓰신 내용들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오는 지적이다보니 보다 신랄하달까요? ^_^
그간 한의계내에서 병신들이라고 손가락질당한 선각자에 해당하는 제 선배와 교수님이 객관화, 모델개발, 실험을 위해 시간과 노력, 재산을 투자한 것들이 빛을 볼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군요.(영어는 뭐하러 하냐는 덜 떨어진 한의사도 있었습니다. 그저 자기만 돈벌면 장땡이라는 구세대와 무사안일한 태도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의계에 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덤; 그래도, 한의쪽이 발상이 유연한 면이 있는 건, 환자를 획일적으로 보지 않고 각각의 경우를 다르게 보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진료시간이 길어지게 되죠.
//대동여지도내비님
남의 걸 그냥 긁어다가 올려놓다니, 아주 한심한 한의사로군요. 뭔 얘기인지는 알고 긁어왔는 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학생시절부터 그냥 복사해서 레포트를 냈던가, 펌질에 능한 사람인가 봅니다만, 성실치 못한 녀석이군요. 의사, 한의사 둘다 마찬가지로 야마만 보고 뭔지도 모르면서 외우기만 했거나, 제약사 설명만 듣고 약 쓰는 사람은 제 경멸의 대상입니다.
가고일/제 의도는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제가 말한 것과 비슷한 취지의 노력이 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알려지지 않았고, 또한 그런 노력이 내부적으로 비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말씀하신데로 전통 치료 중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어 현대 의학에서도 중요한 치료로 채택된 경우도 많고 한의학도 침술과 같이 그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많이 이루어진 것도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몇몇 일부 사례가 아닌 한의학 전반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저 신뢰도 level은 처음 봅니다. 제가 의대생이 아닌지라 ^^ 참고 많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링크가 되다 말았군요. 한의사라는 분의 글에는 3개국이 다 다른 (1/4 정도나)경혈에 대한 얘기는 없이,
'둘다 마찬가지로 야마만 보고 뭔지도 모르면서 외우기만 했거나, 제약사 설명만 듣고 약 쓰는 사람은 제 경멸의 대상입니다.'
비꼬는 얘기나 하고 있군요. 한의학은 야마만 보고 외울수 있을지 몰라도, 의학은 그렇지 못합니다. 철학을 배우는게 아니라 환자를 봐야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의료일원화라는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이는 한의학을 단순히 폄하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보기 때문은 아니고 환자의 안전과 의료비용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건전한 토론을 기대했지만 익명의 인터넷 상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군요...
사실, 한의사들이 이전까지 한의학의 이론을 이해시킬려고 너무 노력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오늘날에 있어서는, 그게 촛점이 아닌 듯 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고쳐봐', 이거죠...증명,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껏 그러한 데이터가 없던 것은 아니에요...옛날 식으로 표현된 수 많은 case report와 review article이 존재 합니다. 다만, 옛날 것이다 보니, 통계처리가 안된다는, 그래서 오늘날에는 '근거'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로써는 최대한 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은 동의해 주세요.)오늘날 한의학에서 근거를 확립해 나가는 것은 [맹자]의 표현을 빌자면 "태산을 엽구리에 끼고 북해를 뛰어 넘는 일'이 아니라, '어른을 위해 안마하는'정도의 일일 뿐입니다. 그러니 판단을 유보하고 조금 더 기다려 주세요...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 서로 이해하는데 그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까? 한의학적 치료결과를 RCT로 증명해 나가는 작업은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과학의 패러다임에서는 재현성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얻은 결과는 내가 똑같이 시행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의학에서도 서로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가 100% 똑같이는 않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검사는 신뢰성을 얻지 못하죠. 한의학에서 언급하는 개인의 체질이 객관적이고 대부분의 한의사가 동일하게 체질에 대해 판정한다면 그것은 RCT의 걸림돌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혼란 변수가 될 뿐입니다. 만약 객관적이지 못하고 한의사마다 판정이 틀리다면 예측할 수 없는 혼란 변수이고 이 변수에 의한 오류를 막기 위해 연구 대상의 숫자(N)를 충분히 늘려야 하겠죠. 즉, 체질에 따른 치료가 중요하다면 체질별로 연구를 진행하면 됩니다. 만약 체질이라는 것이 객관화가 될 수 없고 한의사마다 판단이 다르다면 체질 자체는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될 수도 없고 과학적 신뢰성을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00%의 일관성 보다는 얼마나 일관성을 높게 유지해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체질의 경우에도 일관성의 유지가 얼마나 높은지를 증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대의학에서 방사선 판독 결과를 연구의 변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전문의 이상이라던가 몇 년의 경험 이상의) 영상의학과 의사 몇 명이 판독하여 그 판독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명확치 않은 판독으로 생각하여 배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일관성을 높게 유지하여 연구의 방법론에 신뢰를 싣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N 수 늘리기 어려운게 맞습니다. 특히나 재정적인 지원 없이 너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체질이 통제 불가능한 혼란 변수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은 연구 방법 자체가 체질을 기반으로 어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N 수를 늘리면 혹시 있을지 모를 체질에 따른 결과의 왜곡을 줄일 수 있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연구에 대한 미비한 지원이 여러가지 걸림돌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진단에 있어 주관적인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