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8일
무수축(asystole)에서 아트로핀(atropine)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미심장협회(AHA)의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CPR guideline)에서는 심전도가 무수축(asystole) 또는 맥박이 없는 전기신호(pulseless electrical activity, PEA)일 경우 아트로핀(atropine)을 사용하도록 추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무수축에서의 아트로핀 사용이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요?
2005년 가이드라인에서 아트로핀의 사용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논문은 2개입니다. 하나는 후향적으로 논문들을 분석한 1984년에 발표된 논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79년에 8명의 환자에게서 심폐소생술 시 아트로핀을 사용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케이스 시리즈(case series)입니다. 제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근거의 수준으로 따져 보면 각각 LOE 4와 LOE 5에 해당하는 것으로 근거가 상당히 미약합니다. 또한 병원 외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트로핀의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논문이 1981년에 있었고(비무작위 전향적 조절 연구, nonrandomized prospective controlled trial, LOE 3), PEA에서 효과가 없다는 동물 실험 결과(LOE 6)도 1995년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이드라인에서는 아트로핀의 사용을 추천하고 있는데, 이는 첫째, 미주 신경(vagal nerve, 10번째 뇌신경으로 부교감계를 활성화하여 심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림)의 작용이 올라가서 심정지가 발생할 경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아트로핀의 투여가 생리학적인 접근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가이드라인에 LOE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 정도의 근거는 가장 낮은 LOE 8 정도가 되겠죠), 심정지 상황에서 아트로핀의 부작용으로 해를 끼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인간에게 심폐소생술 중 아트로핀의 사용에 대한 논문이 80년대 이후에는 나오질 않고 있고, 동물 연구도 1995년이 마지막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체를 대상으로 한 학문인 의학의 한계를 저명하게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죠. 전향적으로 무작위로(randomized) 환자를 선정하여 심폐소생술 중 아트로핀을 투여하는 군과 투여하지 않는 군을 나누어 대규모 연구를 한다면 좀 더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나을 수 있겠지만,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 아트로핀을 투여함으로써 소생 가능성이 높아질지도 모른다는 연구가 있는 마당에 약물을 연구를 위해 투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심폐 소생술을 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에피, 아트로핀 1mg씩 주세요!"를 외치고 있겠죠? 환자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 사용하지만, 그 근거는 약하다는 사실... 저도 응급의학과 수련 끝날 쯤에야 알았습니다. ^^
# by | 2008/01/18 00:14 | Emergecy Medicine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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