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24일
응급실 보호자
응급의학과를 하면서 어려운 점의 하나는 환자 보호자에 대한 컨트롤이 어렵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오는 환자는 보통 자기가 응급실에 올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응급실에 가서 만나는 의사는 자기가 선택한 의사도 아니고 원래 자기가 진찰을 받던 주치의도 아니다. 외래나 병동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당연히 지금 자기가 응급실에 와 있다는 사실 조차 짜증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짜증이 더 나는 사람은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이다. 환자는 스스로 고통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만, 보호자로서는 말 그대로 아닌 밤에 홍두깨격으로 응급실에 따라 오게 된 것이다. 혼란스럽고 복잡한 응급실이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에게 편한 곳일리는 만무하고, 시간마저 자야하거나 일해야 할 시간이라면 짜증이 증가한다.
더군다나 보호자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죄책감이다. 환자가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병원에 데려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특히 소아 보호자들), 외상의 경우 보호자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 환자를 옆에서 돌보야 하는 상황을 짜증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이 모든 것들이 보호자의 감정 상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것은 그러한 짜증과 죄책감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이런 것을 전가하기 가장 쉬운 대상이 누구겠는가? 바로 의료진이다. 분명 응급실의 의료진도 예측치 못하게 닥친 응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치의 실수나 흐트러짐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응급실의 의사는 응급실에서 잠시 환자를 볼 뿐 주치의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환자를 맡긴 의사에 대한 존경 같은 걸 기대하기도 힘들다.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이러한 보호자들의 심리에 익숙해진다. 적당히 무시하기도 하고 적당히 상대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윽박지르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나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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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6/09/24 23:35 | Life in E.R.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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