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간이 검사는 왜 믿으면 안되는가?

배우 이광기씨의 아들이 신종플루의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처음 시행한 신종플루 간이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후 나오는 기사들을 확인하면 간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서 치료가 지연된 것은 아니고 폐렴을 확인한 뒤 타미플루®(Tamiflu®) 투약이 이루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된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관련기사를 보면 병원 측에서 확진 검사를 하자고 했음에도 이광기씨가 간이 검사를 원했다고 하네요.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이 간이 검사의 무용성을 설명해도 보호자들은 간이 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날까요?

간이 검사란 무엇인가?

간이검사용 키트 중 하나인 BD™ EZ Flu A+B Test

신종플루 간이 검사라는 것은 원래 신종플루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a virus) A(H1N1)만을 검사하기 위한 검사 도구가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체에 대한 검사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예전부터 독감을 일이키는 원인 바이러스였고 이를 진단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이 되던 검사 도구로 검사 방법은 면역크로마토그래피(chromatographic immunoassay)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면역크로마토그래피의 원리나 기전 등은 저도 자세히 설명한 능력이 안되지만 쉽게 주변에서 사용되는 예를 들자면 소변을 이용한 임신 진단 시약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검체로는 비후두를 긁거나 흡입, 세척한 가검물을 가지고 검사를 시행하게 되며 빠른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검사는 정성(qualitative) 검사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 또는 B 양성이라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원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로 사용될 때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되고 음성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확진 검사를 통해서 음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제조사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BD™ 홈페이지 참조)

신종플루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결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 진단 키트를 통해서 검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간이 검사에서 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검사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 양성으로 나올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간이 검사의 정확도는 얼마나 되는가?

검사의 정확성을 평가할 때 여러가지 지표가 쓰이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라는 것이 있습니다. 민감도라는 것은 실제 환자들 중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 것인가이며, 특이도라는 것은 환자가 아닌 경우세어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즉, 민감도가 우수하다는 것은 실제 환자인데 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고 특이도라는 것은 환자가 아닌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죠. 어떠한 검사가 정밀 검사나 확진 검사에 앞서 그 대상을 추리는 선별 검사(screening test)로 쓰이기 위해서는 특이도는 낮아도 되지만, 민감도가 높아야 합니다. 즉, 실제 병에 걸리지 않았는데 선별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낮은 특이도) 정밀 검사나 확진 검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병에 걸렸는데 선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낮은 민감도) 정밀 검나사 확진 검사를 받지 않게 되는 경우를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내 놓는 간행물인 MMWR(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2009년 9월 25일자 Vol. 58, No. 37에 미국 2개의 학교에서 시행한 결과를 보면 민감도 47%, 특이도 86%를 보였습니다. 즉, 위에서 말한 선별 검사로서의 자격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되겠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양성예측도(positive predictive value,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환자가 실제 병에 걸려 있을 확률)는 92%로 높으나, 음성예측도(negative predictive value,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환자가 실제 병이 아닐 확률)는 32%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연구 대상의 개체 수가 적긴 하나 이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로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고, 이런 이유로 CDC에서도 원래 이 검사를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양성이 나온 경우에도 여전히 음성일 가능성도 일부 존재할 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가 곧 H1N1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확진 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는 H1N1이기 때문에 양성이 나올 경우 신종플루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간이 검사를 왜 하는걸까?

코리아헬스로그의 닥터조커님이 쓰신 글 믿기 힘든 신종플루 간이 검사가 성행되는 이유를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간이 검사가 성행하는지에 대한 감이 오실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검사의 유용성에 대한 환자, 보호자, 심지어 일부 의료인들까지 퍼져있는 무지와 이해 부족입니다.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퍼지면서 자신 또는 가족이 신종플루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있고,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신종플루의 사망률은 낮은 편이며 특히 고위험군이 아니면 타미플루® 복용도 필요 없다'는 말보다는 '당신은 신종플루가 아니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확진 검사 대신 간이 검사라는 것이 있으니 그걸 해보고 싶다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자의 반응이고 여기서 간이 검사의 의미와 정확성에 대해 이해를 시키는 것이 의사의 의무이겠으나, 현재 병의원에 신종플루로 내원하는 환자수를 생각하면 자세한 설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정확한 이해 없이 환자가 원하니까 검사를 시행하게 되고 의사가 믿을 수 없는 결과라고 해도 '음성'이라는 결과에 안도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또한 학교나 직장, 기숙사 등의 담당자들도 검사 결과의 정확성과 상관 없이 간이 검사를 해 오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민감도가 떨어지는 검사의 음성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면 사실상 검사를 하나마나입니다. 만약 잘 몰라서 그러는 경우라면 홍보를 통해 그런 경우가 줄도록 해야 하겠지만, 알고도 그런다면 그것은 곤란한 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행동이겠죠. 현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열성호흡기질환은 1주일 또는 확진을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격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간이검사를 기준으로 소견서 등을 작성한다고 해도 그 내용에는 분명히 검사 결과만 음성일 뿐 신종플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환자들의 요구를 이용한 병원측의 경제적인 이득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 2~3만원의 검사비용이 소요되는데 검사의 유용성이 없으므로 비보험으로 검사가 이루어지며 삭감의 위험도 없습니다. 고가 검사는 아니지만 분명히 병원에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맞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간이 검사,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현재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기준은 열성호흡기질환 환자로 고위험군에 해당하거나 중증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이며, 이 증상에 대한 판단은 일선 의료진에게 전적으로 위임된 상태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평소 자신들의 무차별 삭감에 대해 제발이 저린지 타미플루®에 대한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도 했습니다. 따라서 입원이 필요 없는 경증의 환자라면, 간이 검사, 확진 검사를 떠나 별다른 검사 없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타미플루®를 처방하고 복용하면 됩니다. 즉, 원칙적으로 외래에서의 검사는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검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시행할 수는 있습니다.

타미플루®의 처방에 검사 결과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간이 검사를 실시해서 음성이 나온다고 고위험군에게 타미플루® 처방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만큼, 간이 검사는 그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방법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또한, 음성이 신종플루가 아님을 보장하지 못하는 만큼 격리나 등교 또는 출근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양성이 나올 경우 진단에 약간의 도움이 된다는 것 이외에 검사의 의미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간이 검사는 가능한 지양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들도 빠른 음성 판정을 기대하고 검사를 하는 것이라면 검사 결과가 신종플루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줄 수 없기 때문에 검사를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by Hwan | 2009/11/09 18:58 | Emergecy Medicine | 트랙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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